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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젊은 베르터의 슬픔 (큰글씨책)
작성자 김**
작성일 2020/04/21
조회수 294
폭우가 쏟아지는 어둠 속을 헤맬 때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내몰아가는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이 소설은 주인공이 절친한 친구에게 자기 마음 상태를 고백하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작가 괴테는 친구 케슈트너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를 향했던 본인의 짝사랑 경험과 친구 예루살렘이 사랑에 실패한 뒤 자살한 사건을 소재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많은 실연의 경험으로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푸른색 프록코트를 유행시켰고 권총으로 자살하는 젊은이까지 늘어 '베르테르 효과'를 퍼뜨렸다는 일화로도 유명한 소설이다.

물론 순수한 사랑을 통해 선악과 도덕, 권위의 질서에 매인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인간의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을 그렸다는 평도 많지만, 청초하고 순수한 로테에게 한눈에 반해 자신의 온 삶을 그녀에게 향하는 길로 내달았던 베르테르는 괴로워하면서도 그녀 주위를 떠돌다 자살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그녀가 먼지를 털어 건네줬다는 권총을 받으며 기쁨과 감격의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이다. 이러한 그의 삶을 보며 <폭우가 쏟아지는 어둠 속을 헤맬 때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내몰아가는가?>에 조명해서 소설을 음미하고 싶다.

갖가지 모양의 나지막한 언덕, 그 언덕들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정다운 골짜기, 산 나무를 촘촘히 심어 만든 울타리,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네.

꿀벌이 잉잉거리며 나는 감미로운 봄날 아침의 명랑함은...

흰 눈에 쌓인 겨울 아침은 투명하게 아름다웠습니다.

아늑한 골짜기에 안개가 숨어들고
어두운 숲 밖에서 수줍은 듯 머뭇거리던 해가 높이 솟아오르면
몇 줄기 햇살이 골짜기 안까지 비춘다네. 그 모습에 창조자의 입김을 느낀다네.

좀 전에 내린 비는 대지에 스며들고 있었다네.
상쾌한 향기가 훈훈한 대기를 떠돌다 우리가 서 있는 창가까지 올라왔어.
암호처럼 내뱉은 한마디에 감정은 소용돌이치고 있었네.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풍치를 이렇듯 즐길 줄 알던 그는 자연의 아름다운 품 안에서 영과 육이 건강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보낼 줄 아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말대로 사소한 오해가 악의나 술책보다 다툼을 더 많이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로테와의 약혼 이후 결혼까지 이른 알베르트를 향한 오해는 서서히 쌓여 그를 점차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간다.

처음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으로 우울증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 주변까지 우울하게 물들이는 것은 죄악이라며 논증을 벌였던 그의 모습은 희미해져 마지막 순간 자신의 자살을 옹호하기 위해 자살이 죄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이전에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의 마음에서 그 동기를 찾아야 하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마음에 대한 이해와 동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모습으로 변해 있다. 생각은 사상이 되고 사상을 철학과 신념이 되어 가치관을 뒤흔들었다. 부조리와 불합리가 발생한 상황에 대해 그는 상상하고 질투하며 오해를 쌓아간다. 물론 베르테르가 알베르트를 바라보면서 본인이 가질 수 없는, 이룰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억압과 분노를 느끼며 세상과 불화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은 그를 향한 사회적 굴레들 즉, 용납되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문화적 인습과 자신이 좁힐 수 없는 귀족에 대한 신분제의 격차 등등 여러 요인들도 물론 작용했을 것이다.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고 비난받을 대상이라는 사실에 철저히 자신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모습으로 변해간 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걱정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의심을 키운다. 의심은 희망과 기대를 야금야금 뜯어먹는 벌레같은 것이다.

그의 편지 대상 빌헬름의 말을 인용하면 더욱 자세히 드러난다.

그 무렵 나의 친구 베르테르는 허탈한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베르테르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그럴수록
그의 불안감은 점점 깊이 뿌리를 박고 단단히 얽혀서
차츰 베르테르의 정신을 사로잡았습니다.
베르테르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의 활기와 분별력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알베르트의 친구들은 베르테르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그는 요즘 들어 슬픈 표정을 자주 지었어요.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 사람들이 피곤해했지요.
순수하고 조용한 성격의 알베르트는 베르테르에게 언제나 친절했어요.
알베르트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찾아왔을 때 가끔 방을 나간 적이 있어요.
그건 친구인 베르테르에 대한 반감이나 증오심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그 자리에 있으면 베르테르가 불편할까 봐서였지요.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의 그런 행동을 오해했어요.“

그의 마음에 드리워진 슬픈 그림자는 사라질 줄 몰랐습니다.
베르테르가 스스로를 책망하는 사이 알베르트에 대한 반감도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증오와 파멸의 생각에 잠식당하던 그는 발하임에서의 살인 사건을 통해 결국 마지막 사랑을 지키는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그 살인 사건은 어느 미망인의 머슴이었다 쫓겨난 사람의 범행으로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며 미망인을 죽여버린, 용서받지 못할 그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베르테르 자신에게 되돌아갔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두 그루의 보리수나무 사이 길은 낯선 살인의 추억으로 얼룩졌고 맹목적인 눈먼 집착은 베르테르의 불쌍한 영혼과 겹쳐져 간다. 점점 더 고독과 허무감에 빠져들어 살아갈 희망도 목적도 없이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그는 혼란 속에 자신의 모든 사고방식을 로테에게만 집중해간다. 자연을 바라보며 삶을 즐길 줄 알던 그는 균형 감각을 잃고 꺼질 줄 모르는 사랑, 고통스럽기만 한 삶에 대한 몸부림으로 종결에 이른다. 본인은 물론 정신적 연결로 사랑을 완성했다 여겼겠지만 그것은 종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번에 모든 것을 얻겠다는 오만함이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버려두고 조금씩 다가가보는 것은 어땠을까? 초점을 잃고 로테에게 향한 모든 신경을 분산시켜 균형을 유지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가장 최근의 사건이라든지 더 극적이고 기억에 남는 사실을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편향성을 넘어 시시하지만 평범하지만 현실을 더 정확히 대변하는 정보에 귀 기울여 보았으면 달라졌을까?

중국의 소설가 루쉰은 말한다. 인생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그저 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길을 가면 된다고. 원래 길이란 없었다고 걸어가니 길이 되었다고. 그렇게 마음을 담아 가는 길이 당신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매번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는 것처럼 여겨질 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켜켜이 쌓여 독이 된다.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면 길을 또 다른 길로 연결되는 건데.

그가 마지막 낭독한 '콜마의 노래'처럼 그는 어디서 길을 잃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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