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독서

까지
  • 접수시작2021.03.08
  • 접수마감2021.11.12
  • 출발일2021.03.08
  • 종료일2021.11.12

Q & A자주하는 질문 바로가기

게시물 내용
책제목도리언 그레이 초상/살로메
작성자 김**
작성일 2020/05/01
조회수 235
화가들의 자화상을 가만 들여다보면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보이는 듯하다. 프리다 칼로를 예로 들면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이것 모두 내가 끝내 이겨내버리겠다는 굳건하면서도 엄중한 의지와 디에고 리베라를 향한 타오르는 분노 짙은 사랑의 질감이 전해진다. 고흐 또한 녹색 요정 압생트의 아슬아슬 불안하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노란빛의 심포니가 밝음 속에 또 다른 밝음으로 요동친다.

자화상이란 참으로 그렇다. 가만 가만 나를 들여다보는 그 시간 앞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교차될 것이며 그만큼의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 앞에 터질 듯 두근거리는 심장만이 존재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자신의,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게 한다. 순수하고 착했던 도리언 그레이라는 청년이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채 한결같은 아름다운 외모 속에 살아가지만 추악하고 부패한 모습으로 자신의 초상화만 일그러지다 결국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도리언 그레이가 타락에 빠져간 중요한 전환점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추악한 본 모습을 숨기고 싶은데 자꾸 직시하게 만드는 바질을 향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때일까? 아니면 헨리경이 빌려 준 위험한 소설책 속 파리의 젊은이가 온갖 도덕에 저항해 쾌락을 좇으며 한 평생 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더 앞으로 가 사랑했던 시빌 베인의 죽음 앞에 돌이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쓰다 헨리경과 오페라 감상 후 양심의 가책이란 것도 슬픔과 연민이란 감정과 함께 사라져버렸던 때일까? 그도 아니면 이야기의 시작에서 도리언 그레이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완성해가는 화가 바질 홀워드로 인해 그의 친구 헨리경과 우연히 처음 만나 가벼운 산책을 하며 나누게 된 대화 때문이었을까? 물론, 모두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홀연히 나타난 마녀들의 사악한 약속을 받아들인 것은 높이 솟아오른 맥베스의 욕망 그 자체였을 뿐이다. 그가 휘둘린 것은 마녀의 사악한 약속이 아닌 다스리지 못한 사악한 그의 욕망이었다. 마녀의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한 결과는 괴로움으로 괴로움은 다시 마녀를 찾아가는 엉뚱한 것을 의존하는 악순환에서 그는 파멸에 이른 것이다.

나치의 비극적인 유태인 홀로코스트가 역사적인 현실로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은 그 이념을 실행해 간 많은 친위대 때문이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참고하면 권위, 주변의 태도, 관행 등에 좌우되어 자신의 결정은 유보시키고 법과 규정이 정한 것이므로 책임자가 명령한 것이므로 나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옳은 결정의 근거는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못하는 것, 사유불능이야 말로 ‘악’의 근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미 그의 안에서 잠재우지 못한 파멸의 싹은 꿈틀거리자마자 도리언 그레이조차 시작도 모른 체 삶의 방향성을 다른 길로 몰고 질주하다 피폐함 속으로 침몰했다. 타락해가는 초상화를 마주할 용기조차 없어 융단으로 덮고 그것도 두려워 잠긴 이층 방으로 옮겨가는 도리언 그레이의 모습을 보면서 윤동주의 자화상 시를 떠올려본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그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전문)  

도리언 그레이에게 필요했던 건 어쩌면 우물을 마주할 용기 한 조각과 내적 성찰을 갈급할 잠시의 여유 아니었을까? 괜찮은 척, 멋있는 척 가장한 껍데기에 숨어 자신을 속이는 데 익숙해지면 돌이키기 힘들다. 사유불능의 악이 아닌 가치 있는 자기 성찰로 나의 자화상을 완성해가기를 원한다.

  • HOME
  • 함께독서
  • 교직원서평나눔

교직원서평나눔

연번 표지 도서명 출판사 저자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 성장별점
28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표지 이미지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파람북 김훈 김** 182 2020/08/15 170
27 불안의 서 표지 이미지 불안의 서 봄날의책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김** 159 2020/08/07 230
26 월든 표지 이미지 월든 은행나무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김** 150 2020/08/05 200
2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표지 이미지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인플루엔셜 정재찬 김** 228 2020/07/20 190
24 서, 인간의 징검다리 표지 이미지 서, 인간의 징검다리 마농지 이향준 김** 130 2020/07/19 170
23 감정조절자 표지 이미지 감정조절자 헥소미아 김인자 임** 417 2020/07/12 690
22 카프카식 이별 표지 이미지 카프카식 이별 문학판 김경미 김** 183 2020/07/10 210
21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김영사 크리스티앙 파쥬 김** 150 2020/07/09 170
20 역사의 쓸모 표지 이미지 역사의 쓸모 다산초당 최태성 정** 341 2020/06/05 497
19 여행의 이유 표지 이미지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김영하(Young Ha Kim) 정** 201 2020/06/05 175
18 굿바이 영어 사교육 표지 이미지 굿바이 영어 사교육 시사IN북 어도선,이찬승(Lee chanseung),권혜경,김승현,이병민 정** 622 2020/06/05 250
17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표지 이미지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해냄출판사 아라이 노리코(Arai Noriko) 강** 483 2020/05/08 690
16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민주시민교육 표지 이미지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민주시민교육 북멘토 심성보,이동기,장은주,케르스틴 폴 강** 281 2020/05/08 190
15 도리언 그레이 초상/살로메 표지 이미지 도리언 그레이 초상/살로메 동서문화사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김** 235 2020/05/01 301
14 페스트 표지 이미지 페스트 문학동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김** 353 2020/04/29 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