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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작성자 김**
작성일 2020/07/09
조회수 78
경멸과 혐오에 답하다,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서평] 크리스티앙 파쥬,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지연리 옮김, 김영사(2020년)

사회의 가장 낮은 밑변에 노숙인이 산다. 우리나라 노숙인은 대략 10만 명, 프랑스는 12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처음부터 노숙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거듭된 실패, 뜻하지 않은 사고나 재앙은 누구든 길거리에 나앉게 할 수 있다.
현실은 냉혹하다. 거리는 더 비정하다. 배고픔, 질병, 추위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람이고, 더 무서운 것 또한 그들의 경멸과 혐오의 시선이다. 사람들은 노숙인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지닌, 얼마 전까지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곧잘 망각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죽든 말든, 말썽 피우지 말고 베란다에 놓인 쓰레기처럼 다만 조용히 수거되어 사라져주기만을 바란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프랑스의 노숙인 크리스티앙 파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라고.
파쥬는 원래 프랑스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소믈리에(와인 감별사)였다. 결혼해서 아내도, 아들도 있었다. 서른 살의 어느 날, 아내가 단 세 줄의 메모만을 남기고 집을 팔고 아들과 함께 떠나면서 직장도 잃게 된다. 수중의 돈으로 호텔에서 생활하다 모텔, 여관, 여인숙을 거쳐 결국 거리에 나앉게 된다.
인생을 송두리째 짊어지고 파슈는 매일 거리를 헤맨다. 파슈에게 배낭은 집과 같다. 배낭의 왼쪽 주머니는 책이 들어 있는 서재이고, 오른쪽 주머니는 맥주와 통조림이 든 주방이자 파우더 룸이다. 배낭의 밑 칸은 침낭과 깔개가 있는 침실이다.

“거리는 내가 꿈꾸던 곳은 아니지만 운명이었다. 앞으로 내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리가 결정해 줄 것이다.”  132쪽

냉혹한 거리의 친구들
무질서, 좀도둑, 이불에 붙은 빈대, 대변이 뒹구는 거리에서 파슈는 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인 친구들은 프랑스 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나무와 동물을 좋아하는 정원사 프랑수아, 마약의 일종인 크랙을 피우는 라피크, 더 심각한 마약중독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릴리안, 여성 노숙인 사라, 불어교사 출신의 알코올 중독자 나심, 살인죄로 7년 감옥 생활을 마치고 나온 노노…
거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이라지만, 그들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돕고, 위로한다. 비정한 거리엔 연대감이 없다지만,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한다. 힘든 처지에서 지저분하고 가난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인간이다.  
그러나 그들의 몸짓은 스스로를 다 돌보지 못한다. 그들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자신만의 거처에서 지내며 거리를 떠돌다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진다. 거리에서는 ‘무소식이 비보’다. 노숙인들은 세상과의 인연이 이미 끊어진 거리에서, 어느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가운데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노숙인이 분류한 세 유형의 행인
길거리에서 노숙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세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건방진 놈’이다. 그들은 노숙인들이 자발적으로 노숙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고군분투하는 자기보다 구걸로 더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노숙인을 피해 멀리 돌아가거나 노숙인을 투명인간 취급한다.
둘째는 다수를 차지하는 ‘소심한 놈’이다. 그들은 누구나 다 노숙인이 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지만, 제대로 눈을 맞추지 못하고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작은 적선을 베푼다.
셋째는 소수의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노숙인을 돌보고 돕는다. 파슈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호의를 받지만 악용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이 우리를 도울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고 해도,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을 정도만 받고,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게 옳다. 나에게 무거운 내 삶을 어떻게 타인과 나눠 들겠는가? 이런 이유로 나는 언제나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짐이 되기 전에 사라진다.”  226쪽

우리는 어떤 유형의 행인일까. 동정과 연민, 경멸과 혐오, 두려움과 회피, 그것이 무엇이든 니체의 말처럼 노숙인을 통해 가난하던 우리는 새삼스레 자신들의 부유함을 몰래 기뻐할 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수전 손택은 연민은 타자가 처한 상황에서 자신은 비껴서 있다는 데서 비롯된 만족감의 표현이라고 했다. 연민은 타자의 고통에 자신은 죄가 없다는 증거, 즉 타자의 고통에 대한 알리바이라고 했다.
그럼 노숙인 앞을 지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란 말인가. 공감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만 작은 도움의 손을 내미는 것,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 그것밖에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그 또한 자기만족과 타자의 고통에 죄가 없다는 알리바이라 할지도 말이다.  

타인 없이는 나를 말할 수 없다
혹한이 몰려오는 겨울 밤, 파슈가 자갈 위에 몸을 눕힐 때 낯선 그림자가 다가온다. 파슈는 도둑이라고 생각하고 웅크리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와 오늘밤은 너무 추우니까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라고 방을 잡아준다. 호텔에서 샤워를 하며 파슈는 얼굴에 닿는 물방울의 감촉을 음미한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데 그치지 않고 손을 내밀어 따뜻한 방을 마련해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은 우리 사회를 조금은 안전한 곳으로 만든다.  
안전하고 따뜻한 집, 깨끗한 옷과 위생적인 먹거리가 놓인 일상은 거리의 사람들의 관점에선 감사와 축복의 연속이다. 하지만 사방에서 삶 자체가 위협받는 생존의 가장 낮은 밑변을 살아보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은 일상이 주는 안락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다만 착한 사마리아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숙인들을 사회의 실패자로 낙인찍고, 혐오와 경멸의 시선으로 사회에서 몰아내려 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그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면 되지 않을까.
파슈는 “타인 없이는 나를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 풀이 아무 것도 아니라면, 나도 아무 것도 아니듯,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가난하고, 주변적인 사람들에게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 되길 바란다. 비록 거리를 전전하지만, 그들 또한 인간으로서 오롯이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굳게 쥐고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내게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단 몇 줄로 요약될 만큼 단순하다. 첫째, 인간은 모두 한 번밖에 살지 못한다. 둘째, 시련이 닥친다고 전부 다 죽지는 않는다. 셋째,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 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교리는 악행을 일삼으면 삶이 지옥이 되고, 선행을 베풀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논리일 뿐, 종교는 아니다. 누가 가르친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 혼자서 터득했다. 앞으로도 나는 내 인생의 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의향이 없다.”  268-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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