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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내용
책제목월든
작성자 김**
작성일 2020/08/05
조회수 64
코로나시대, 당신만의 ‘월든’을 찾으세요
[서평]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walden)>,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2016년)

서정주의 시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에서 툇마루는 어머니의 꾸지람이 미치지 못하는 위로와 안식의 공간이다. 스페인의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소가 잠시 쉬는 곳을 케렌시아(Querencia)라고 한다. 케렌시아는 자신만의 안식처, 피난처를 이른다. 독일에선 지친 심신을 충전하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슈필라움(Spielraum)이라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자신의 툇마루, 케렌시아, 슈필라움을 직접 건설한다. 바로 ‘월든 호수가의 오두막’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와 명예를 좇는 직장을 갖지 않고 측량일과 목수일 등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스물여덟 살 때 혼자 통나무집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생활하며 글을 쓴다.
<로빈슨 크루소> 같은 모험기이자, 뛰어난 자연 묘사의 걸작이자, <걸리버 여행기> 같은 통렬한 사회 비판 풍자서이자, 최초의 환경운동 지침서인 <월든>이다.
소로는 <월든>에서 우리에게 어떤 안식처를 만들라고 하는가? 우리만의 ‘월든’을 건설하는 방법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자발적 가난’으로 얻는것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중략)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141p

우리는 몇 개의 가난과 싸우고 있을까? 파리에 있는 원숭이 두목이 어떤 여행용 모자를 쓰면 미국에 있는 모든 원숭이들도 그와 똑같은 모자를 쓴다. 모자의 가난이다. 누군가 무언가를 소유하면 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가난을 느낀다. ‘n개의 가난’이다. 우리는 도대체 몇 개의 가난과 싸워야 하는가. 그 가난의 고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발적 가난’으로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에 서야 한다.
들소는 약간의 물과 목 축일 물 이외에 아무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한다. 그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더 많이 노동하고, 거친 노동은 더 거칠고 많은 것을 먹고 마시게 하며, 더 큰 소유욕을 불러와 결국 더 힘든 노동의 악순환에 빠진다.
자신을 돈과 소유의 노예로 만들고, 심지어 자신이 그 노예의 감독관이 되어 노예를 더 악랄하게 노동으로 내몬다. 소로는 문명이 만들어 놓은 노동의 굴레, 자본의 논리에 포섭된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자신을 관조해야 자신의 무지를 깨달을 수 있고, 무지를 깨달아야 새로운 앎을 받아들이는데, 인간은 노동에 바빠 자신을 관조할 시간이 없다. 난파된 배를 버리듯, 낡은 생각의 집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중략)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139p

허실생백(虛室生白), 집을 비워야 여백이 생기듯, 소박하게 생활하면 생계를 유지하며 자연과 삶을 관조할 여유가 생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기대에 자신의 삶을 맡기지 말라고, 미래의 미심쩍은 자유를 위해, 현재의 확실한 자유를 헐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라고 역설한다.
우리는 사과나무와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장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꿀 필요도 없다.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시간에 맞춰 고유한 자신의 삶을 살면 된다. 그렇지 않은 것은 삶이 아니다.

‘월든’이란 공간은 ‘자신’ 안에 있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 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중략)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472p, 473p

우리의 안식처, ‘월든’은 어디에 있을까.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소로는 안으로 향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꼭 물리적 공간일 필요도 없다.
호수의 맥박을 느끼고 호수를 신의 안약(眼藥)으로 여기며 호숫가에 자란 나무를 호수의 속눈썹으로 읽어내는 감수성으로 자연과 호흡하는 삶을 산다면, 시선이 미치는 곳이 모두 우리의 ‘월든’이지 않을까. 인간은 내면의 깊이를 재는 도구로 호수와 같은 자연과 벗할 수 있다.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한 만큼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의 마음에, 우리의 삶에 더 넓은 여백이 생길 것이고, 그곳은 어디든 ‘월든’이 될 것이다.
물고기가 뛰어오른 작은 일도 호수의 동심원이 호수 전체의 일로 퍼뜨리듯, 내면을 응시하는 시선의 작은 동심원이 변화를 가져오는 파문으로 삶 전체에 퍼져가지 않을까.

저자 소로는 자신이 내쉰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기 때문에 우리의 인생이 시들어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너무 얽혀 살고 있어서 서로의 길을 막고, 서로에게 걸려 넘어진다고 말한다. 관습과 상궤(常軌)를 벗어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고유의 길을 가라는 충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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