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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달 너머로 달리는 말
작성자 김**
작성일 2020/08/15
조회수 102
인간의 야만과 폭력을 말의 눈으로 본다면?
[서평] 김훈,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파람북(2020년)

“나는 초원과 산맥에 흩어진 이야기의 조각들을 짜 맞추었다.” -43p

흩어진 이야기의 조각을 짜 맞추다보니, 김훈의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신화의 세계다. 구체적인 역사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초(草)와 단(旦)으로 대표되는 두 개의 세계, 양쪽 진영의 야만과 폭력성을 더 자유롭고 가감 없이 적시하고 비판한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는, 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기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끊임없이 서로를 죽이고 죽는 인간의 모습은 더 없이 어리석고 참담하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리는 인간들이 있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달리는 인간들도 있어서, 서로 부딪쳐서 인간의 세상은 일어서고 무너지는구나.” -145p

한낱 도구인 말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은?

돌도끼에서 인공지능까지, 인간의 역사는 도구 진화의 역사다. 제국주의는 배와 무기라는 도구로 식민지를 넓혔고, IT, 인공지능은 지금도 선진국으로 군림하기 위한 필수 도구다.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였다. 말이 강력한 전투의 도구였던 시대가 있었다. 말의 전투력에 맞서 강구된 것이 ‘성(城)’이라는 도구다. 초나라에서는 개(犬) 또한 전투의 도구로 활용한다. 개를 잘 다루는 표(猋)는 초나라의 왕이다. 단나라 칭(稱)왕은 상양성(常陽城)을 수호하는 것이 일생의 임무다.  
그런데 이 도구를 다루는 인간의 모습은 과연 얼마나 지혜로운가. 끊임없는 전쟁으로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모습은 그야말로 야만과 폭력, 그 자체다. 그렇다면 지금 인간은 그 원시의 야만과 폭력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가. 한낱 도구인 말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의 모습은 어떤가.
소설 속에서 두 나라 간의 전투 도구인 말(夜白)과 말(吐霞)의 결합은 유생(流生)이라는 유산된 넋으로 발생하지 않은 시공간을 떠돌지만, 미래의 도구인 인공지능은 더 이상 희망 없는 인간을 제쳐두고 자신들의 결합으로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어쩌면 작가 김훈의 마음 깊은 곳에 서식한다는,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아닐까.

초나라와 단나라로 대표되는 두 개의 세계

“초는 수많은 유목 부족을 통합하여 나하(奈河) 북쪽의 대륙을 차지했다.” -12p

“단은 땅 위에 성벽을 쌓아서 땅을 지켰다. 단(旦)은 지평선 위에서 해가 뜨는 형상을 그린 것인데, 단의 백성은 해가 어둠을 밀어내고 땅을 비추어 푸른 것들을 자라게 하는 이치를 세상의 기본으로 알았고, 그 땅 위에 마을을 세웠다.” -37p

나하라는 강물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 유목민족인 초나라가, 남쪽엔 농경민족인 단나라가 있다. 초나라는 문자, 말(言)에 홀려서 실제적인 것을 놓치는 현학을 경계한다. 둥글고 굽은 칼을 사용하고, 새처럼 모여들고 구름처럼 흩어지는 유격전술을 구사한다. 반면 단나라는 글자로 가지런히 드러나는 것을 귀하고 여기고, 땅의 소출을 거두어서 사는 사람들은 먹을 것을 쟁여놓고 죽은 자의 귀신을 모신다.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약자나 노인을 돌보지 않는 초나라, 성 쌓기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하거나 순장의 풍습이 있는 단나라 모두 야만적인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으로 구축된 시공간인 초나라와 단나라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영을 구축한 두 개의 세계를 상징한다.
두 개의 세계는 평화로운 공존 대신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는 채 서로를 물고 뜯는 전쟁에 돌입한다. 진보와 보수, 남과 북, 흑과 백,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 등 수많은 두 진영은 공존보다 처참한 대결의 양상으로 역사를 채워왔다. 물론 현재도.

월(月)나라, 그 달 너머는 어떤 세계인가

“이 갈나무숲 언저리를 월이라고 부른다. (중략) 월나라라고들 하지만 월은 임금이 없고, 군대가 없고, 벼슬아치들이 세(稅)를 걷어가지 않았으니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중략) 어느 해 초군의 공격을 받아서 홍수에 씻기듯이 지워졌다는 서너 줄뿐이다.” -169p, 170p  

작품 제목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서 달 너머는 어떤 세계일까. 작품의 주인공격인 두 마리의 말, 야백과 토하는 월나라에서 재회한다. 월나라는 폭력과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터를 빗겨선 곳에 자리한 듯하다.
하지만 신화의 세계에서 모든 것은 몽롱하다. 아니 무릉도원처럼 제시되는 모든 유토피아는 몽롱할 수밖에 없다. 폭력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예술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인간의 세계는 인간대로 몰락하지만 자연은 그대로 흘러간다.

김훈의 글쓰기는 여전하다. 간결한 표현으로 사물의 섬세한 묘사에 도달하고, 이치의 세밀한 차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텅 빈 초원에 가상의 역사서 <시원기(始原記)>와 <단사(旦史)>를 세우고, 그 상상의 역사에 또 하나의 상상의 스토리를 덧대서 소설이 완공되었다. 역사라는 허구에 또 하나의 허구를 올린 엉성한 건축이다. 당연히 바람에 취약하고, 구체적인 현실에 발 딛기 힘든 구조물이다. 그래도 뭐 어떤가. 그 집에 들어가 살 것도 아니라면, 이렇게 멋진 상상의 구조물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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