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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공부란 무엇인가
작성자 김**
작성일 2020/08/31
조회수 423
‘공부’에 대한 해상도 높은 조언
[서평]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어크로스(2020년)

태풍이 피해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어부들은 태풍이 한 번씩 닥쳐야 바다가 뒤집어져서 새로운 생명력이 넘친다고도 말한다. 바이러스가 몰고 온 힘든 시간이 휘몰아친다. 언택트 시대,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책과 가까이 하며 공부와 자기 성찰로 재충전하면 어떨까. 책 바이러스는 심각한 후유증 대신 심후(深厚)한 삶의 기반을 일궈줄 것이다.  
공부에 대한 해상도 높은 조언을 구한다면, 김영민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어볼 만하다. ‘공부’라는 따분해지기 쉬운, 낡고 오래된 주제를 특유의 문체와 재치로 가볍게 뛰어넘는다.
독서, 토론, 글쓰기, 발제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깊이 있게 ‘시전’하고, 경쾌한 유머를 곁들인 김영민 특유의 반전화법으로 리드미컬하게 펼친다. 공부는 정교화한 자기 질문으로 논쟁의 영역에 뛰어드는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대화하듯 담론을 펴다가도,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점검해야 할 질문지를 독자들에게 내민다. 그래서 저자의 기존 저서들에 비해 쉽고 재밌게 읽힌다.
전통사회에서 세상을 하직한 사내에 대한 최고의 예우는 그가 생전에 일생을 바쳐 무언가를 배우려고 애썼다는 의미의 ‘학생(學生)’이란 추서다. 묘비에 들어가는 이 말은 김영민이 독자에게 건네는,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와 상통한다. 배움과 공부는 자포자기하지 않고 우리를 묘비까지 이끌고 갈 삶의 에너지이자 의미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현대사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배워야 할 게 사방에서 무시로 날아든다. 자신이 누구든, 하는 일과 상관없이 그때마다 우리는 다시 학생이 되어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죽도록 배우다가, 죽어서 또 ‘학생’이 될 운명이다. 사정이 이러니, “공부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섬세하고 정확한 언어 가다듬어야

“공부하는 이가 할 일은, 이 모순된 현실을 모순이 없는 것처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모순을 직시하면서 모순 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42p

“섬세한 언어야말로 자신의 정신을 진전시킬 정교한 쇄빙선이다.” -84p
이 책을 일이관지하는 논지는 언어를 정교하게 가다듬으라는 조언이다. 저자는 공부가 결국은 자신의 언어를 섬세하고 명료하게 가다듬는 일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오용되는, 남용되는, 모호한 단어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며, 오해와 몰이해를 불러오는 뭉툭한 단어를 가능한 한 날카롭게 벼려내어 의미의 피륙을 정확하게 재단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언어가 정확하게 재정의 되는 과정을 거쳐야 우리 사회의 마음이 변화되고, 좀 더 건설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저자는 “애매모호함은 예술작품이나 절세미녀의 마음에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한다. 청동거울에 비친 듯 흐릿하고 뭉개진 언어로는 분석적 요약도, 논리적 주장도 불가능하다.
철학자들은 명료함이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고 말하지만, 공부를 하는 것은 해상도 높은 언어로 현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논리적 언어로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는 일로 시작되고 완성되는 게 아닐까.

평소보다 무거운 지적 무게에 도전해야 생각의 근육이 생긴다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13p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74p

평소에 걷기만 한 사람은 걷는 일이 휴식이 아니다. 늘 누워 있는 사람은 걷는 게 고역이다. 그러나 마라톤을 늘 하는 사람에게 걷는 일은 휴식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평소 어려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어지간한 독서는 다 휴식이 된다. 독서나 공부에 대한 내공이 쌓이면 그 자체가 즐거운 휴식처럼 여겨진다.
이런 과정에 도달하려면 조금씩 지적 무게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 근육이 생기려면 평소보다 무거운 바벨을 들어야 하듯, 평소보다 무거운 지적 무게에 도전해야 생각의 근육도 생길 수 있다.
공부(工夫)를 중국어로 읽으면 ‘쿵푸(gongfu)’인데, 무술 쿵푸(功夫)와 발음이 같을 뿐 아니라 그 과정 또한 흡사하다. ‘탁월함’이란 별빛을 보기 위해 일정한 규율과 수련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두꺼운 얼음을 깨뜨리며 정신을 진전시킬 쇄빙선을 갖는 일이니 분명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얗게 벼려진 예리한 논지는 무례하지 않게 상대 논의의 살을 베고, 붉은 칼이 되어 나올 것이다.” -221p

김영민은 ‘깊은 빡침’이 글을 쓰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그래선지 그의 글은 자신의 견해가 극명하고 때론 날카롭다. 그러나 생경한 주제에 친숙한 일상을 끌어오는 비유는 읽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가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지만 왠지 그 조근 조근한 논리에 설득되는 마력이 있다. 섹시한 설득력이다.
‘공부하라’는 꼰대의 언어 대신 각 주제마다 독서와 관련한 그림 예술작품, 은은한 포토그래픽의 언어를 삽입한 것은 세련된 기획이다. 그림 작품들은 입시와 취업, 점수와 자본으로 환원되지 않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공부는 무엇인지 잠시나마 생각하게 한다.
김영민의 글은 방대하다. 질량이 크다보니 인력도 크다. 김영민의 글 주위를 도는 위성들은 점점 그 중력에 의한 기조력에 끌린다. 결국 많은 독자들이 로슈 한계(위성이 모행성에 접근할 수 있는 한계거리) 안으로 진입하게 되고, 그 다음부턴 하염없이 빨려들다가 결국 김영민이라는 모행성, 그 글의 세계에 ‘입덕’하게 된다.
“좋은 글을 다량으로 유통시키기 위해” 또 다른 글쓰기와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니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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