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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내용
책제목아몬드
작성자 김**
작성일 2020/10/12
조회수 196
당신의 감정 아몬드는 안녕하십니까?
[서평] 손원평, <아몬드>, 창비(2020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다.”  -프롤로그에서

소설 <아몬드>에는 예쁜 괴물과 사나운 괴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윤재는 알렉시티미아(Alexithymia), 영혼과 감정을 표현할 언어가 없는 상태(a-부정, lexi-단어, thym-영혼), 즉 선천성 감정 표현 불능이다. 그래도 감정의 세계를 향해 힘겹게 발을 내딛는 예쁜 괴물이다.
사나운 괴물은 소년원에서 출소해 폭력을 일삼는 곤이라는 친구다. 윤재의 할머니를 죽이고, 엄마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한 사내 또한 사나운 괴물에 속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아무런 아픔과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무덤덤한 괴물은 어떻게 홀로 사나운 괴물들이 판치는 세상을 살아갈까.
감정이나 공감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배워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구나 작은 아몬드 모양의 결핍의 편도체로 태어난 알렉시티미아가 아닐까. 우리 모두는 부모님의 사랑, 친구, 책과의 만남을 통해 감정, 영혼의 언어를 배워가는 것은 아닐까. 영혼과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를 갖고 태어났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가꿔가고, 혹시 그것을 잃어가는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를 경계하는 일일 것이다.
 
느낀다는 것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171~172쪽

감사(感謝), 감동(感動), 감수성(感受性). 느껴야 고마워할 수 있고, 느껴야 마음이 움직일 수 있고, 느껴야 받아들일 수 있다. 느끼지 못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또 느낀다는 건 어떻게 느껴지고 드러날까.
윤재는 느끼지 못한다. 그나마 엄마와 할멈의 사랑이 윤재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엄마는 윤재가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도록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를 외워 상황에 맞게 반응하도록 훈련한다.
열여섯 번째 윤재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한 가족의 웃음 넘치는 최고의 감정이 실패를 거듭한 한 사내의 최악의 감정과 만난다. 그 감정의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사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폭발한 사내가 무감각해져 꼼짝 않고 지켜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 앞에서 엄마와 할멈에게 칼부림을 한다.
윤재는 엄마와 할멈이 겪은 아픔과 고통에 함께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고 원망스러웠을까. 아니 이런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진공상태의 마음이 그저 싫었을까. 윤재는 그저 무표정했다.  

감정의 이식, 사랑의 이식

“상처받는 걸 멈출 수 없다면 차라리 상처를 줄 거야.” -217쪽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다 못 느꼈으면 좋겠어…….” -243쪽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래서 고대인은 사냥에서 아무 것도 없는 빈손으로 돌아오면 자신들의 정성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무녀를 불러 춤을 추게 했다. 그것이 바로 무(無)이다. 무는 원래 춤을 나타내는 말이었으나 ‘없다’는 의미로 더 널리 쓰이자 춤이라는 뜻의 무(舞)를 새로 만들었다. ‘없음’은 춤이라는 정성에 의해 ‘있음(有)’으로 변한다. 손(又)에 고기(肉, 月)를 든 모양이 있음을 나타내는 ‘유(有)’다.  
상처뿐인 감정을 반복하는 곤이는 그 상처뿐인 감정이 차라리 없어지길 바라고, 아예 감정이 없는 윤재는 감정이 생기길 바란다. 그 감정의 교차로에서 둘은 서로 친구가 된다.
서로를 향하는 유무의 감정은 사랑을 받지 못해 아픔만 겪은 곤이와 사랑은 받았으나 행복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에게 각각 사랑의 이식과 감정의 이식을 요구한다. 곤이는 윤재를 찾아가 감정을 이식하고, 윤재를 곤이를 찾아가 사랑을 이식한다. 유는 무를 향해, 무는 유를 향해 각자가 시도해본 적 없는 초행의 설레는 여행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곤이와 윤재를 변화하게 한다.

마음의 빗장은 안에서만 열 수 있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127쪽

인간에게 감정만큼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것이자 정직한 것은 없다. 감정은 늘 옳지만, 그 감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감정 표현 불능으로 태어난 윤재는 가족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감정을 빚어간다. 감정을 지녔지만 드러낸 행동이 난폭했던 곤이는 감정을 새롭게 다듬을 숫돌 같은 친구를 얻는다.
<아몬드>는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지만, 청소년만을 향하진 않는다. 성장(成長)은 이뤄짐(成)과 자람(長)의 결합이다. 불비와 미약으로 태어난 인간은 저마다 성장의 구원을 필요로 한다. 그 구원의 이름은 다름 아닌 사랑과 공감과 소통이다.
윤재는 감각의 성(成)이 없고, 곤이는 사랑의 성(成)이 없다. 하지만 윤재와 곤이는 친구가 되어 서로에게 없는 것을 일깨워 성장을 이룬다. 그 출발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과 자신을 비추는 친구라는 또 다른 거울을 통해서다. 감정과 사랑의 결핍이라는 치명적인 멍에를 둘러쓴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구해낸다. 마음의 빗장을 스스로 안에서 열어젖힌다.

삶은 무뎌짐을 수반한다. 섬세하던 감각, 감정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다보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감각과 감정은 무뎌지는 방향, 섬세해지는 방향,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모진 세월을 핑계 삼아 무뎌짐만 키워가는 사이 세상과 관계 맺고 공감과 소통을 위한 아몬드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진 않은가.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무뎌짐에서 섬세함으로의 방향과 방법을 일깨운다. 감각 없이 태어난 인간도 자신과 세상에 도전해 그 마비된 감각의 바위를 깨치고 감각의 더듬이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정작 당신 감각의 아몬드는 안녕한 거냐고, 정말 세상의 아픔에 공감하는 감각의 아몬드를 당신들은 지니고 있기는 한 거냐고.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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