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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좁은 회랑
작성자 김**
작성일 2020/10/26
조회수 94
코로나가 소환한 ‘큰 국가’, 그 족쇄는 무엇일까?
[서평]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좁은 회랑>, 시공사(2020)

“국가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중략) 전쟁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고,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고, 공공서비스와 각종 시설 그리고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쪽이다. (중략) 시민들을 침묵시키고, 그들의 바람에 무심하다. 또 시민들을 지배하고, 투옥하고, 불구로 만들고, 살해한다.”  -60쪽

코로나19로 소환된 세계 각국의 ‘큰 국가’는 어떤 얼굴인가. 보건 위기로부터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구원투수인가, 아니면 방역을 핑계 삼아 권력을 휘두르는 ‘코로나 파시즘’인가.
1651년 출간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토마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벗어나려면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강력한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과 같은 막강한 국가의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MIT 경제학과 교수 대런 애쓰모글루와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 제임스 A. 로빈슨은 896쪽에 달하는,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방대한 역사 사례를 통해 국가 권력, 즉 리바이어던의 형태를 분석하고, 어떤 리바이어던이 국가를 부강하게 하며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는지를 체계적으로 규명한다. 바로 21세기 신자유론으로 불리는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 제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 개인정보 공개 요청 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코로나 위기 상황은 우리에게 “국가는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국가의 정당한 개입인가 아니면 구성원의 자유의지와 자발성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인가.
두 저자는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향한 경쟁,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묘사된 레드퀸(Red Queen) 효과를 끌어와 유능한 국가와 유능한 사회가 서로 어울리며 경쟁할 때 서로의 역량이 커지면서 그 사이에 ‘좁은 회랑’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좁은 회랑’ 안에서 국가 권력, 리바이어던은 비록 힘이 세지만, 시민 사회의 통제와 견제를 받는 ‘족쇄 찬 리바이어던’이 되고, 족쇄 찬 리바이어던 체제라야 국가가 자신의 역량을 시민들이 바라고 필요로 하는 일에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힘이 사회의 힘보다 크면 ‘독재적 리바이어던’, 국가보다 사회 규범이나 인도의 카스트 같은 관습의 힘이 시민을 규범의 우리(cage of norms)에 가두면 ‘부재의 리바이어던’, 다만 형식적인 관료체제만 유지하며 국가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종이 리바이어던’이 된다.
두 저자는 전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 성패의 가늠자가 인종, 역사, 문화, 지리적 조건이 아니라 정치, 경제 ‘제도’에 있다고 주장했다면, <좁은 회랑>은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와 사회를 양축에 놓고 그 힘의 상호작용을 고대에서 현대, 동서양과 중동, 남미, 아프리카를 망라한 국가 사례를 총체적으로 종합, 분석한다. 방대한 사례에 대한 깊이 있는 지적 탐구가 우선 놀랍고, 그로부터 도출해내는 결론도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좁은 회랑에 머무는 어떤 리바이어던도 바이마르공화국이 나치의 전체주의로 경도된 것처럼 언제든 회랑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다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을 향한 경고도 귀 기울일 만하다.

족쇄 찬 리바이어던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역사적으로 늦은 시기에 세계무대에 등장한 유럽이 현재 세계 중심에 설 수 있었던 배경을 저자들은 바로 좁은 회랑에서 찾는다. 5세기 의회와 합의에 따르는 게르만 부족의 상향식 의사결정 규범과 로마의 중앙집권적 정치 위계질서가 가위의 양날이 되고, 둘을 연결하는 사북 역할의 지도자가 구심점이 되어 족쇄 찬 리바이어던과 좁은 회랑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캄포광장에 있는 1297년 건축된 푸블리코궁전의 ‘선정의 알레고리’ 프레스코벽화가 보여주듯 유럽은 통치자를 정의의 사슬로 묶고, 시민과 도시국가의 공공선을 위해 정치가 작동하도록 정치체제를 다듬어왔다.
이런 정치체제는 선정의 효과를 불러오는데 바로 번영과 경제성장이다. 구성원 누구나 포용적 경제제도 하에서 새로운 구상을 실험하고, 혁신하며, 자유롭게 규범의 우리를 우회하는 창의성을 발휘한다. 이는 훗날 산업혁명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설립 초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영리한 헌법 설계와 사회의 결집에 힘입어 번영의 길을 걷게 된다. 연방국가는 각 주의 자치권을 보장하며 합법성을 인정받고, 자치주는 독립된 역량을 키워 독재적 리바이어던을 견제하며 레드퀸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물론 여기엔 인종 차별, 폭력, 불평등의 잠재적 위험요인이 내재되어 있었으며 최근 그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는다.

독재적 리바이어던의 한계

“중국에서는 제국 시대와 똑같이 재산권은 정치적인 시혜에 크게 의존하며, 독립적인 사법부도 없고 정치적 엘리트에게도 평등하게 법을 적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없다.”  -389쪽

코로나 대처에서 보듯 중국은 강압적이다. 녹색, 황색, 붉은색으로 건강 상태를 표시하는 건강 코드 앱, 드론과 CCTV 감시, 안면 인식 기술 등을 통해 개인정보나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국가 리바이어던은 무차별적으로 사회를 통제한다. 2014년 시범 도입된 사회적 신용평점 시스템처럼 개인의 도덕성까지 국가가 관리하겠다며 노골적인 디지털 독재의 야욕을 드러낸다. 이를 제지할 시민사회의 힘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공자의 유가와 상앙의 법가 사이의 진자운동으로 중국의 독재적 리바이어던을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현재의 중국을 마르크스의 천명을 따른다고 보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유럽대륙만큼 큰 영토, 14억에 달하는 많은 인구, 일치일란을 거듭했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중국인들은 분열과 혼란을 가져올 것인 불 보듯 뻔한 자유에 대해 지고지상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구성원들이 차선으로 수용한 것이 독재적 리바이어던이다.
따라서 두 저자가 전망하는 것처럼 독재적 성장의 열매는 결국 고갈되고, 머지않아 부패, 양극화 등의 치명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미증유의 길을 걷는 경제분야도 독재적 리바이어던으로 인해 창의적 혁신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좀 더 귀추를 지켜볼 일이다.  

회랑 안에서 리바이어던과 살아가는 법

“회랑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새롭고 광범위한 연합을 형성하지 못하고 타협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나라는 회랑 안에 발판을 마련하는데 실패한다.”  -746쪽

코로나19는 1930년대 대공황을 능가하는 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세계 경제의 번영을 가져온 글로벌 분업화의 세계화와 급속한 자동화 기술이라는 두 성장엔진도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코로나 위기와 세계 경제체제의 급속한 재편은 국가에게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큰 국가’가 등장해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기본소득제, 기본자산제 등 사회복지를 늘리라고 요구한다. 가위의 다른 날인 사회는 어떻게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이 막강한 국가권력이 소수 엘리트 기득권이 아닌 시민 다수를 향하도록 족쇄를 채울 수 있을까.
책에서 가장 모범적인 족쇄 찬 리바이어던 국가로 지목한 스웨덴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1930년대 대공황 위기 속에서 기틀이 다져졌다. 스웨덴 노동자당(SAP)은 노동자, 농민, 기업계의 요구를 연합하여 새로운 타협을 이끌어냈다. 우리 사회도 위기 상황에서 권력 다툼이 진영 간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거나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타협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코로나 위기가 소환한 ‘큰 국가’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독재적 리바이어던의 얼굴로 등장한다. 사회는 결집을 지렛대 삼고, 국가를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말을 준거 삼아 타협과 견제, 참여와 감시를 통해 경쟁의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타협이 없는 진영 싸움, 양극화를 심화하는 극단적 집단이기주의와 분열은 제로섬 레드퀸을 불러와 결국 회랑 밖으로의 몰락을 초래할 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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