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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내용
책제목수레바퀴아래서
작성자 김**
작성일 2020/04/01
조회수 9,066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헤세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우리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에 열광하며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고 소리질러대던 중등 시절. 프로크라테스의 침대 이야기를 읽으며 그 살떨리는 맞추어진 자기만의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의 위험을 경계하던 고등 시절. 학생 개개인을 바라보시고 인간성을 살리는 선생님을 동경하며 위로와 소망을 얻던 나의 90년대, 청소년기 시절이다. 물론 그 때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으면서 키팅 선생님의 모습에 반해 억압하는 획일적 교육을 벗어나 꿈과 행복을 사유하게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참 좋아 덩달아 나도 같이 '선장님 나의 선장님'을 외치며 책상을 올라가 부당한 현실에 맞서보려는 처음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표현해보는 일보 진전한 학생들에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물론 지금 교사의 모습이 되어서 나의 수업, 나의 학생, 나의 교실을 되돌아보며 이제 교사가 된 입장에서 이상향과 나의 모습을 고민해보려한다.

  "참다운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오늘날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다. 이미 메리토크라시, 디그리오크라시는 대한민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착화되어 업적, 능력 지향의 사회적 결정 구조를 정당화하며 우리의 삶 깊숙이 생동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구조에서 교육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사로서 우리는 어떠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까? 최종적으로 어떤 삶의 형태로 나아가야 할까? 고민해보게 된다.

  수레바퀴 아래서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이 소설은 헤르만헤세의 자전소설이다. 시인을 꿈꾸던 작가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규범과 의무만을 강조하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한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그려낸 것이다. 마을 제일의 재능이 풍부하고 모범생인 한스 기벤라트가 촉망 받던 라틴어 학교 학생에서 신학교 시험을 통과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지만 획일적인 교육 문화와 규격화된 제도 아래 좌절하고 외면당해 결국 안타까운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이다. 몇 가지 질문과 상황을 중심으로 교육자로서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첫째, 학교에서의 1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강 아래쪽 시원한 바람을 마주하며 한가로이 버드나무에 기대어 낚시하기, 시원하게 물장구를 튀기며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수영하기를 좋아하던 소년. 파란 하늘에 한가로운 구름을 즐기며 세심한 날아다니는 새들을 뚫어지게 보고, 꽃이 피는 순서를 연구하고 작은 토끼 기르기를 좋아하던 소년. 이 호기심 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던 한스 기벤라트는 공부에만 매달려간다. 아빠와 교장 선생님, 주변 선생님들의 시선 속에 성적이 아니면 아무것도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듯이 피폐해져 공부로만 함몰되고 결국 공부하지 않으면 외운 것을 모두 잊어버릴까 불안에 떨며 시험 앞에 불면과 두통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삶이 피폐해질 때 한스가 이렇게 무너져가고 있을 때 왜 누구 한 명 한스에게 따뜻한 위로 한 번 건네주지 못했을까 아쉬워지기만 하지만 도대체 그렇게 한스가 절절하게 매달리던 1등은 무엇을 의미했을까? 선생님들의 기대와 촉망을 한 몸에 받는 소중한 학생이고 반 친구들의 선망과 기대를 품고 부러움을 기반으로 기고만장해져 가는 일그러진 자존감은 결국 학력 위주의 풍토가 양산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능력의 잣대는 성적으로 귀결되어 거기에 몰두하게 만드는 학교 환경이 얼마나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지 겪어보았던 우리도 교육에서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이고 학생들이 무엇을 깊고 넓게 보도록 이끌어야 할지 고민할 부분이다.

  둘째, 교육의 적합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자유롭고 자신만의 생각이 뚜렷한 하일러는 어지간히 공부를 하지 않음에도 아는 것이 많고, 어떤 질문에도 훌륭한 대답을 해낸다. 호메로의 <오디세이>를 요리책인 줄 아는지 시를 분해하고 해석해가는 신학교 수업 방식에 구역질 나는 수업이라고 비판하며 창작의 비밀을 스스로 탐구해가며 호수와 가을에 대해 시를 쓰고 사유하며 예술을 사랑한 이 친구는 수도원의 낡은 벽과 기둥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알던 봄바람처럼 자유롭던 아이다. 덕분에 한스도 생각의 폭을 넓혀가고 자신의 틀을 깨고 한 단계 성장하려 하지만 결국 엄격한 규율 앞에 좌절하고 만다. 친구를 잃고 자신도 잃어 흐트러질때로 흐트러지고 신경 쇠약으로 영혼은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방황만 한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가엾은 한스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존재로 가치를 상실한채 고향으로 돌아간다. 교육 내용과 학습이 학습자 개개인의 흥미와 열의를 불러일으킬 방법을 고민하고 수업 속에 풀어내며 이를 학습자들의 삶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한 교사들의 역할이지 않은가? 그리하여 사회적, 개인적 적합성을 구현해 갈 때 학교라는 사회라는 큰 수레바퀴 밑에 깔려 절망하다 안타깝게 죽어가는 또 다른 한스들이 사라질 것이다.

  학생들에게 드리워진 억압의 굴레가 느슨했더라면 꿈을 향해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주위의 어른들이 도와주웠더라면 마을 제일의 우등생에서 하루 아침에 인생 낙오자 취급을 받게 된 한스는 더 이상 없지 않을까? 학생들의 개성을 말살하고 인격 함양의 기회를 박탈하는 온갖 교육 굴레를 벗어나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가치를 긍정하게 하는 교육으로 한 명 한 명 세워져야 하겠다. 물론 그 이끔에는 주변의 애정어린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이 <데미안>이 속삭였던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라.', '마음의 길을 따라 가라.'고 속삭이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며 내적 성숙을 일구어갈 때 우리 교사는, 또한 어른들은 학생들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 못 다 핀 꽃 한송이 없도록 우리가 그들을 억누르는 수레바퀴가 되지 않도록 힘이 되주어야 할 것이다.
변민아 [2020/04/01 19:37]  감상평삭제
정말 어른들이 학생들을 더 도왔다면 꿈을 이루지 못 하는 일이 더 사라지겠네요 .
그래서 저도 커서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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