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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수시작2021.03.08
  • 접수마감2021.11.12
  • 출발일2021.03.08
  • 종료일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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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내용
책제목모모
작성자 김**
작성일 2021/07/06
조회수 1,042
키는 작고 대단한 말라깽이인 모모. 칠흑같이 새까만 엉킨 머리에 맨발로 돌아다니며 커다란 푸대 자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남자 웃옷에 알록달록 천을 이어붙인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자그마한 여자아이다. 홀로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다 허물어져 가는 원형극장의 한 터에서 집을 마련해 살지만, 가난하고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동네이기 때문에 사람들 모두 함께 모모를 돌본다. 이런 모모가 잘하는 것은 경청이다. 그래서 “아무튼 모모에게 가보게.” 이 말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 으레 하는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말끄러미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모모에게 말을 하다 보면 수줍음이 많은 사람도 어느덧 거침없는 대담한 사람이 되었다. 불행한 사람 억눌린 사람은 마음이 밝아지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모모는 그렇게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23-24p.)

모모는 이렇게 자신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모모 앞에서 술술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렇게 항상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모모에게 사람들을 이끌었고 그러한 인기의 비결이었다. 만약 모모가 겉으로만 듣는 척하며 내적으로 느끼는 것과 밖으로 보이는 것이 일치하지 않았다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경청만이 상대의 신중한 말하기를 불러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 없는 노인 도로 청소부 베포와 말 잘하는 청년 관광 안내원 기기는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이지만, 모모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던 이 도시에 회색 신사들이 서성인다. 오슬오슬 한기를 몰고 다니는 감정 없는 이 신사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도둑질하며 연명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활동하며 정작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한 순간 사람들을 손아귀에 넣는다. 사로잡기 적당한 순간에 다가가서 말이다. 모든 게 한순간에 무료해지고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순간, 남과 비교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듯한 감정이 몰아칠 때를 틈타 어김없이 회색 신사들은 그들만의 영업을 비밀리에 시작한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시간 저축을 약속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모든 불필요한 것은 생략한다는 명분으로, 삶의 모습은 불친절하기, 날카로워지고 안정을 잃어가기,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에 휩싸여 불만만 배출하기로 일관한다. 진정으로 서로 교감하는 삶은 사라진다.

결국 대도시의 모습도 차츰 변해갔다. 옛 구역은 철거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모두 생략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살린 새로운 집들이 지어졌다. 단조로운 거리들은 늘고 또 늘어, 아득한 지평선까지 똑바로 쭉 뻗어 나갔다. 삭막한 질서의 화움지라 아니할 수 없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꼭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아득한 지평선까지 똑바로! 여기서는 단 한 순간, 단 1cm까지 모든 것이 정확하게 계산되고 계획되었다.
하지만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97-98p.)

허나, 말하는 이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 느낌을 소리 없이 눈빛만으로 수용하며 공감하는 모모의 이해의 자세는 회색 신사의 진심 어린 진짜 목소리를 끌어낸다. 그들이 영업 비밀을 밝히는 지경에 이른다.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훔친 시간에 연명해 살아가는 이들은 모모의 존재 자체로 동요한다. 그리고 모모는 거북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긴 추적을 따돌리고 ‘언제나 없는 거리’를 지나 ‘아무 데도 없는 집’, 바로, 시간 박사인 호라 교수의 집으로 피난한다.

그곳에서 모모는 온몸으로 시간이 창조되는 비밀을 경험하며 전율을 느꼈다. 그 공간에서 가만가만 귀를 기울이자 모모를 사로잡은 온 세계가 노래하는 맑고 밝은 아름답고 웅장한 선율에 스며들었고, 스스로 움직이는 거대한 시계추의 움직임에 맞춰 시시각각 다채롭게 피어나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시간의 꽃의 피고 짐을 바라보자 그 신비로움과 황홀함에 매료되었다. 그 어떠한 꽃도 이전의 꽃과 같은 모양이 없고 언제나 전보다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간의 꽃. 그것은 매일 새로우며 항상 가장 아름다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비밀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위대한 꽃 중의 꽃이 시간의 꽃이었다. 바로 우리의 시간, 우리의 삶.

이렇게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모모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지만, 누구 하나 모모의 가슴 뛰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친구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모두 사라진 후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듯 그들의 삶은 이미 피폐해져 눈멀고 귀먹은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불쌍한 애송이 기기. 자네는 몽상가고, 영원히 그럴거야. 예전에 자네는 가난뱅이 기기의 탈을 쓴 기롤라모 왕자였지.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기롤라모 왕자의 탈을 쓴 가난뱅이 기기인 거야.” (237p.)

하지만 예전처럼 한 걸음 걷고 숨 한 번 쉬고, 숨 한 번 쉬고 한 번 쓰는 식은 아니었다. 이제 베포는 일에 대한 사랑 없이 오직 시간을 벌기 위해 성급하게 쓸었다. 그것은 자신의 확고한 신념 아니 지금까지 살아 온 삶 전체를 부인하고 배반하는 것임을 베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249p.)

그러면서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신나하고,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다른 일들은 서서히 잊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얼굴은 점차 시간을 아끼는 꼬마 어른처럼 되어 갔다. 아이들은 짜증스럽게, 지루해하며, 적의를 품고서,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만 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있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253p.)

모모는 그렇게 친구들을 찾았지만, 가슴 속은 사무치는 외로움과 가슴 아픈 상실감만 커졌다. 그리고 처절한 아픔 속에 다시 호라 박사에게 돌아간다. 뒤쫓는 회색 신사들의 무리와 함께. 허나, 포위되었던 그들은 시간을 멈추어 오히려 다급해진 시간 도둑인 회색 신사들을 뒤쫓아 그들의 비밀 기지, 훔친 시간 창고에 이른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빼앗긴 시간을 되찾는다.

사람이란 한갓 자기 안에 있는 시간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이기 때문에 훔친 시간으로만 된 회색 신사들은 시간의 소용돌이에서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그들이 훔쳐 간 시간의 꽃은 전심전력으로 제 진짜 주인에게 돌아가려 애를 쓰며 따스한 봄날의 세찬 바람처럼 소용돌이쳐 흩어졌다.

되찾은 시간의 꽃으로 인해 사람들은 함께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 그럴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안부를 자세히 묻고, 작은 아름다움마다 감탄했으며 다정하게 어울려 정성껏 일하는 애정과 평화의 시간. 시간의 풍요 속에 사람들은 모모와 함께 파티를 즐긴다.

허나, 이것이 이미 일어난 일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작가는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 일수도 있음을 경계한다. 바로, 내 삶에 지루함을 가장한 의욕 없음을 가장한 텅 빈 감정과 무관심이 엄습할 때를 경계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회색 신사처럼 차디차게 변해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라고.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마다 함께 하는 사람들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시간에, 주어진 삶에 충실할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미하엘 엔데의 말로 글을 끝맺는다.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니까. 또 자기 시간을 지키는 것도 사람들의 몫이지. (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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