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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내용
책제목버선발 이야기
작성자 김**
작성일 2021/04/19
조회수 96
백기완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문제들  
[서평] 백기완의 <버선발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영원한 투사, 불쌈꾼(혁명가) 백기완이 지난 2월 15일 타계했다. 그가 병마와 싸우면서 마지막까지 완성하고자 했던 민중 혁명의 대서사시가 <버선발 이야기>이다.
꼬장꼬장하고 죽기 직전까지도 서슬 푸른 기백을 휘날리던 백기완은 중국의 루쉰(魯迅)을 떠오르게 한다. “적들이여, 원망하려거든 원망하라. 나 역시 한 사람도 용서하지 않을 테니(讓他們怨恨去,我也一個个都不寬恕)”라는 유언을 남기고 고독하게 죽는 순간까지 집요하리만치 투쟁적이었던 혁명가 루쉰의 모습에 평생 목숨을 내걸고 온갖 시련에도 불굴의 투쟁을 보여준 백기완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눈부신 신록 사이로 맺힌 모든 열매는 사라진 꽃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 민중운동사는 백기완이라는 이제는 사라진 꽃에 힘입은 바 크다. 민중이라는 대지에 깊게 뿌리 내리고 온갖 외압과 폭력에도 흔들림 없이 이 땅의 가장 낮고 힘든 처지의 사람들과 길벗하며 민중운동을 온몸으로 실천해낸 위대한 불쌈꾼은 생의 마지막에 <버선발 이야기>를 남기고 떠났다.

버선발이 우리에게 던지는 말뜸(문제 제기)

주인공 버선발은 추우나 더우나 늘 맨발로 살다 보니 생긴 이름이다. 머슴의 아들로 태어난 머슴으로 아무 가진 것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대명사다. 버선발은 엄마의 잠꼬대 소리를 듣는다.

“그래 호박 한 포기 심어 먹을 땅 한 줌이 없는 집도 사람 사는 데가, 엉? 이곳도 사람 사는 데냐구, 엉? 갈아엎어야 할 얄곳(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없는 곳)이야, 이 개새끼들아….”  32쪽

버선발은 무엇보다 먼저 땅에 얽힌 엄마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버르장머리 없는 땅을 발로 콩콩 내리 짓밟기 시작한다. 그 행위는 발을 내딛는 노동과 실천을 통해 역량을 키워가는 민중의 성장 과정에 대한 상징일 것이다.
놀라운 발의 힘을 키운 버선발은 바다를 발로 내리쳐서 물을 날려버리고 드넓은 땅을 마련한다. 누구든 작대기만 꽂으면 자기의 땅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 꺼 아니면 네 꺼’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갑자기 찾아온 물질적 풍요는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욕심과 탐욕의 난장판을 불러올 뿐이다.
주인공 버선발이 우리에게 던지는 엄청난 말뜸(문제 제기)에 우리는 뭐라 답할 수 있을까. 어떤 행동으로 응답할 수 있을까. 저 바다가, 저 우주가 어떻게 내 꺼 아니면 네 꺼냐구 외치는 백기완의 사자후가 들리는 듯하다. 버선발의 말뜸에 자본주의적 소유욕과 물질주의의 탐욕에 ‘우리’라는 공생과 공존의 공동체를 잃어버린, 끝없는 뚱속(욕심)으로 가득 찬 저마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이 가져오는 새벽, 노나메기 세상

“그 하제란 말로는 새벽이지만 햇덩이가 가져오는 새벽이 아니지요. 그건 우리 사람이 가져오는 새벽이라야 합니다.”  268쪽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벗나래(세상)를 만들자. (중략) 그게 바로 노나메기라네.”  212쪽

백기완은 <버선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먹고 입고 자고 그러는 것이 모두 일나(노동)에서 나오는데 정작 뼈 빠지게 일을 하는 일래(일꾼)는 굶주리고 헐벗는데 그걸 빼앗은 자들은 죄다 잘살고 그것을 제 핏줄한테 물려주는 틀거리(체제)에 대한 민중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새벽이란 그렇게 민중의 각성으로 밝아오는 것이라고. 다슬(진리, 깨달음)이란 깨우친 이가 일러 준 엄청 거룩한 말따구인 것이 아니라 니나(민중)들의 피눈물이 깨우친 된깔(본질)이라고 말이다.
피눈물로 깨우친 민중이래야 목숨을 건 ‘한바탕’을 할 수 있다. 양극화, 승자독식의 부패한 자본주의 문명을 해체시키는 이념적 기초가 다른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민중의 각성에서 비롯한 한바탕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바탕은 자기를 부시는 것이고, 역사를 부시는 것이고, 세상을 부시는 것이다. 모순을 들었다 엎는 것이다. 한바탕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세상은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이다. 이를 백기완은 노나메기 세상이라고 말한다.

<버선발 이야기>는 버선발이 엄마와 헤어져 세상을 떠돌다가 다시 엄마를 만나 세상을 변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보다 더 모질고 가혹해서 백기완은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결국 눈을 감았다.
백기완에게 어머니는 땅에 떨어진 엿은 아무리 달콤해도 먹어선 안 된다고 일러주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삶의 이정표였고, 다시 만나야 하는 통일운동의 당위였으며, 우리의 모국어와 민족문화를 굳게 지켜가게 할 이유이자 백기완의 존재 자체였으리라. 이제 끔찍한 수챗구멍이 아닌 시공간이 머문 저승에서 어머니와 편안한 재회와 영면의 안식을 누리시릴.
장산곶매처럼 어둠을 딱딱 부리로 쪼아 별을 보여 주려했던 혁명가, 백기완은 어떤 비바람과 억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민중의 큰 기둥이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 곁을 지키며 끝까지 자신을 내던지며 아낌없이 베풀고 베풀다 떠나신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다. 이것이 세대를 뛰어넘어 그가 존경받는 이유일 것이다.
루쉰은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눈썹을 치켜뜨며 단호히 대하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소 노릇을 하겠다(横眉冷對千夫指,俯首甘爲孺子牛)”고 했다. 이 말은 권력자와 기득권층의 냉대와 멸시에 단호히 맞서며 민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온몸을 불살라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곁을 지켰던 백기완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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