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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수시작2021.03.08
  • 접수마감2021.11.12
  • 출발일2021.03.08
  • 종료일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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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내용
책제목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작성자 김**
작성일 2021/04/28
조회수 190
“누구도 누구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존재론적으로 슬픔은 필연이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다원화되고 고독을 겪는다. 이런 사회 속에 살다 보면 모두는 무쏘의 뿔처럼 혼자 걷는 철저한 개인이며,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가능한 과제 같아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추는 순간 폭력과 소외는 우리 문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할 리도 상처받을 리도 없이 편하겠지만 물론 어느 곳으로도 나아갈 수 없다.

작가는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한국인이다. 이방인이기에 타자로서 알파 집단에 끼지 못한 변두리 삶에서 바라본 시선 속에 개인이 보이고, 사회가 보이고, 그 사이를 질주하는 아슬한 일상에서의 무시와 혐오, 차별의 언어가 보인다. 작가와 친한 독일인 친구라지만 그들이 한순간 생각 없이 무심결에 풀어낸 말, 말들. 그리고 그것이 헤집어 놓은 상처.
“거기 외국인들이 살아. 위험해.”
“거기가 오래 세워두면 어떻게 해. 거기 00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 여동생 없어? 00 여자들 싸던데.”
“코트 구석에 놔. 아무도 안 훔쳐가. 여기 00 사람들 없어.”
타자로 살면서 솜털까지 레이더가 되어 바짝 선 순간들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허둥지둥 뒤따른 이런 말.
“아… 그러니까 내 말은 나쁜 외국인.”
평범한 작가 친구들의 머릿속에 ‘나쁜 외국인’들엔 라인강의 기적 그 가장 밑바닥을 받쳤던 노동자와 그 자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무섭다고 고백한다. 자신도 이방인이기에 언제라도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기에.

물론 그런 한국인 작가에게 순수한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독일인들이 건네는 “니하오마~”, “한국도 프랑스 식민지였나요?” 같은 소소한 관심이 작가는 불편하다. 본인을 한국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같은 무리로 엮는다는 사실에 발끈한다. 그런데 작가의 한국 친구가 나라도 화날 것 같다고 공감하는 포인트는 달랐다. 그들이 왜 모르는 것에 당당한가라고. 자신이 독일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면 부끄러웠을 거 같다면서 당연히 알아야 할 사실을 모른다고 느끼기에. 그런데 그들에게 한국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은 부끄러워할 사실이 아니라는 것. 주변부라는 사실이라는 것이 화날 것 같다고 했다.

작가는 늘 머리로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살지만, 배경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사람을 대할 수 있는 인간이라 자부했지만 실상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람을 국제적 기준에 따라 남몰래 줄 세우는 인간이었다고 깨닫는다. 동의한 적 없는 세상의 줄 세우기에 작가의 머릿속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해 누가 만든 기준인지, 옳은지 그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기준에서 앞줄에 서려 바둥거렸다고 새삼 느꼈다. 정작 독일인들에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가 왜 중요했냐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작가 자신에 대한 판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생각의 격차라는 것이 어느 틈을 비집고 생기는 것인지, 언제부터 그 차이에 균열이 일어나는지 사회 속 인간관계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 속에 의식과 행동의 선천성과 후천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금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힘과 명분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 한 집단에 대해 한 세계에 대해 잘 몰라도 오해해도 별 상관 없다는 태도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공통의 이해와 관습 속에 살아가는 공동체에만 길들어 숨겨진 보이지 않는 시스템은 편견이 낳은 무지함이 낳은 미지의 영역이 된다. 보통 사람들이 무심결에 던진 말들이 마음 속 사이렌을 켜게 할 때. 우리 안의 “그놈”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아야 할 때였다.

작가의 결혼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었다. 가족이라는 글자에 가두어진 아버지, 어머니란 성역할의 올가미에서 작가가 어떻게 틈을 비집고 빠져나와 다시 바라보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이 찡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존재를 증명하는 바이탈 사인은 바둑돌 소리였을 뿐이더란다. 말없이 등을 보인 채 바둑만 두던 아버지를 작가는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만 대할 뿐이었고 그렇게 작가와 아버지는 평생 서로 해독할 수 없는 둘 사이 암호를 풀지 못하고 쩔쩔맸다고 했다. 결혼 후 타국 독일 땅에서 시어머니를 앞에 둔 밝고 위트 넘치고 젠틀한 신사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가 아니었다며, 도대체 너무 잘 알아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이 사람이 누구였을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신은 이런 사람”이란 시선의 감옥에서 우리는 가족 구성원조차도 (가족 구성원이기에 더더욱(?)) 탈출시키지 못하고 꽁꽁 가둬두고 있는 거였다. 실제와 생각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이해 뿐임을 작가는 다시 건넨다. 한국 사회에서 끈질기게 이어지는 집단주의 문화는 타인의 시선에 맞춰 행동하기를 강요한다. 서로를 통제하며 끊임없이 타인을 의식하도록 요구하고 요구받는다. 인간의 편견과 결함을 완충할 선택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조지 오웰은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 내가 옳다고 느끼면 옳은 것이라는 식으로 서로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상대주의가 아니라 절대적 가치라고 했다.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는 꽃이 향기를 내듯,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히 배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우리의 사고, 언어, 행동 속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이해와 오해는 무엇인지 생각하며 점검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글을 옮기며 마무리하고 싶다.
내 머릿속엔 언제 들여놨는지 모를 자동 장치들이 꽤 많다. 자극 들어오면 바로 익숙한 해석이 들러붙고 곧바로 감정의 스위치가 켜진다. 어떤 것은 기억이 장착했고 어떤 것은 내가 익숙한 문화로 제작했다. 이것들이 내가 보는 세상을 대체로 결정한다. 어찌나 성능이 좋은지 주인장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가동된다. 파생 상품은 오해의 찌꺼기일 때가 많다. ‘잠깐 멈춤’ 버튼이 필요한데 설치가 힘들다. ‘너는 내가 아니지’하고 생각할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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